지난 ‘승리의 여신: 니케’ 스토리보드 시간에는 도로시와 OVER ZONE 이벤트의 줄거리를 정리했다. 이를 계기로 홍련, 스노우 화이트 등 전 갓데스 스쿼드 멤버의 사연이 밝혀졌는데, 참담한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너무 맵다’라는 평가가 이어진 건 당연하다.
그후 이번 스토리보드 주인공을 선정하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던 중 눈길을 끈 캐릭터가 있다. 바로 SR 등급 ‘N102(이하 앤)’이다. 구하기 쉽고, 강한 성능 픽이며, 귀여운 외모에 시선이 쏠렸다. 그런데 스토리를 감상하던 중 몇 번이나 뇌정지가 오는 게 아닌가? 이 경험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하니 함께 꼬마 니케 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 주의: 본문에는 메인·이벤트 스토리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오늘의 키 퍼슨: 앤은 착한 아이야, 지켜줘야 해

앤은 니케지만, 전투원보다 일반인에 가까운 입장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마일드 크로켓을 사먹고, 인형 뽑기 후 책갈피를 사는 게 일과의 전부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 즉 지휘관을 만나 함께 일상을 보낸다. 개인 스토리 내내 이런 생활 루틴을 반복한다.
그녀를 전투에 데려가면 보여주는 반응도 배경과 관련이 있다. 앤을 보유 중이라면 도감을 펼쳐 전투 장면을 확인하자.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있고, 목소리는 덜덜 떨린다. 영화에서 나오는 처음 전장에 나가 패닉에 빠진 신병이 떠오른다. 이렇다 보니 앤의 이야기는 전투나 화약 냄새와 거리가 멀다.

다음은 주요 인물 관계도를 보자. 희한하게도 인간으로만 구성했다. 참고로 앤은 일반 버전과 ‘미라클 페어리’ 버전이 있는데, 전자는 앤을 두고 지휘관과 연구원이 갈등한다. 안젤리나는 미라클 페어리 버전과 관련이 있다. 이 버전은 앤이 니케가 되기 전 인간 시절을 조명한다. 안젤리나는 그 시절 앤의 어머니인데, 스토리를 감상하는 뭇 유저에게 큰 내상을 입혔다.
다른 주변 인물로는 미실리스 CEO 슈엔과 니케 루피가 있다. 두 캐릭터 모두 미라클 페어리 버전의 스토리에 등장해 앤을 돕는다. 슈엔의 성격을 안다면 ‘얘가?’라는 생각이 들텐데, 노올~랍게도 여기서는 해결사 포지션이다. 자세한 사정을 하나씩 짚어보겠다.
두 사람의 ‘앤 좀 내버려 둬’, 주어는 없습니다
지휘관: 앤! 내가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 거야?

앤의 일상은 실험실 침대에서 일어나 수첩을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에는 그녀의 하루 계획이 적혀 있다. 마일드 크로켓을 먹고, 삼색 고양이 인형을 뽑은 후 분홍색 책갈피를 산다. 그리고 지휘관이 우연히 그녀를 만나 인사하며 개인 스토리가 막을 올린다. 구면인 앤이 지나가니 반가워서 자연스레 반응한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지휘관이 몇 번을 불러도 앤은 못 들은 것처럼 제 갈 길을 가는 게 아닌가? 게다가 그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건 덤이다. 어쨌든 지휘관은 자신을 선생님이라 소개하고 그녀의 일정에 어울린다. 이 과정에서도 이상한 반응이 몇 차례 등장하는데, 아래 이미지를 확인해 보자. 개인 스토리 1편을 정리한 내용이다.

딱 봐도 수상한 티키타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휘관은 맛있게 마일드 크로켓을 먹은 앤에게 삼색 고양이 인형을 뽑아주고 책갈피를 사준다. 이때 책갈피의 색을 물어보며 의미심장한 반응을 보인다. 이유는 다음 화 도입부에서 밝혀진다. 앤이 수첩을 열어보고 일정을 소화하러 외출한다.
포인트는 수첩에 적힌 내용이다.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핫 크로켓 먹기 – 흰색 고양이 인형 뽑기 – 파란색 책갈피 사기’가 적혀있다. 방금 우리가 살펴본 정보와 전혀 다르다. 게다가 이번에도 반갑게 인사하는 지휘관을 알아보지 못한다. 식사 중에는 매운 것을 먹지 못해 핫 크로켓을 먹고 괴로워한다. 그래서 만약을 위해 마일드 크로켓을 산 지휘관이 메뉴를 바꿔준다. 마치 미스테리 사건에 휘말린 목격자가 된 기분이다.
지휘관도 일련의 사태를 눈치채고 조사를 시작한다. 기억 관련 경험이 있는 니케 라피에게 연락해 고급 정보책 엑시아를 소개받는다. 그녀가 알려주길 앤이 소속한 리콜&릴리즈는 니케의 구성 요소 NIMPH가 기억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지 실험하기 위한 스쿼드라고 한다. 이어지는 엑시아의 추리가 더 충격적이다. 매일 기본 프로필만 남겨둔 채로 앤의 기억을 모두 지우고, 수첩에 특정 키워드를 적어 그녀를 세뇌한다는 추측이다. 머리를 크게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든다.
연구원: 선생, 이러면 내가 아주 곤란해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한 지휘관은 바로 결단을 내린다. 앤에게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새겨주기로 말이다. 그래서 다음날 앤을 마주치자 적극적으로 일정을 함께하려고 한다. 하지만, 앤은 크게 당황한다. 그가 제시한 일정 메뉴가 수첩 메모와 달라서다. 여기서 지휘관이 재치를 발휘한다. 수첩을 보여달라고 해 어제 적힌 메뉴와 다른 것을 확인하고 ‘선생님을 믿는다’라고 적어 돌려준다. 그러자 앤의 신뢰도가 폭풍 상승한다. 수첩이 세뇌 장치라고 증명된 셈이다.
그날 일정을 마치고 헤어지자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블라톡 메시지가 온다. 앤의 담당 연구원이다. 그는 지휘관이 추론한 정보가 대부분 맞으니 더 이상 앤을 만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지휘관이 앤에게 자꾸 개입하면 실험을 엉망이 된다고 말이다. 당연히 그녀를 실험체 취급하는 태도에 지휘관은 격분하며, 두 사람은 갈등을 빚는다.

갈등이 부딪히는 지점은 당연히 앤이다. 연구자는 그녀의 수첩에 ‘나를 앤이라 부르는 사람은 선생님이며, 무서운 사람이다’와 ‘누구에게도 수첩을 넘겨주지 않는다’라고 적어뒀다. 아무것도 모르는 앤은 당연히 다음날 지휘관을 만나자 공황 상태에 빠진다. 다행히 지휘관은 앤의 경계를 푸는 데 성공하고, 연구자를 향한 분노를 더욱 불태운다.
연구자가 꺼낸 다음 수는 수첩을 없애 그녀가 외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대신 지휘관에게 앤이 묵는 실험실 좌표를 알려주는데, 그가 매일 앤을 챙겨주다가 지쳐서 나가떨어지길 바란 것이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승자는 지휘관이다. 매일 앤에게 찾아가 좋은 기억을 새겨주려고 노력했다. 연구자가 먼저 지칠 즈음에는 앤이 먼저 그를 알아보고 좋아하는 마일드 크로켓, 삼색 고양이 인형을 기억하는 데 성공했다.
앤 연구 프로젝트는 폐기됐으며, 연구자는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자기는 이제 실업자이고 앤을 돌볼 곳도 없으니, 수첩과 앤을 지휘관에게 맡긴다고 말이다. 그렇게 앤이 전초기지에서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을 비추며 개인 스토리가 막을 내린다. 그날 밤 앤이 한 ‘하루하루가 오늘 같았으면 좋겠어요!’라는 말, 어딘지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잃을 땐 잃더라도 좋은 기억 하나쯤은 괜찮잖아?
제비 뽑기는 니케의 마음을 모른다
▲ 앤의 과거와 기억 소거 실험의 이유가 드러난 이벤트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지금까지 앤의 처우 변화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왜 하필 실험 대상으로 앤이 꼽힌 걸까? 방주의 높으신 분들 중 악독한 녀석이 많긴 하지만, 나름 논리적으로 악한 놈들이니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를 조명하는 게 지난 크리스마스 이벤트 ‘MIRACLE SNOW’다.
이벤트 무대는 전초기지의 유원지다. 지휘관의 노력으로 인공 눈을 내릴 자원이 모였고, 15년 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이를 기념해 루피는 라이브 방송을 촬영한다. 그러다 현장 인터뷰 행사를 열었는데, 마침 그녀의 눈에 쏙 들어온 게 근처에 있던 앤이었다. 지휘관의 인사에 수첩부터 뒤지는 걸 보면 자동 기억 소거를 극복하지는 못한 것 같다.
아무튼 인터뷰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살펴보자. 진행자 루피가 제비를 뽑으면 앤이 거기 적힌 질문에 답하는 행사다. 그러면 선물 뽑기 기회를 준다. 그런데 질문이 어쩐지 쎄하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뭘 했나요?’라는 질문이다. 당연히 루피는 ‘이건 좀…’이라며 크게 당황했다. 작년의 기억이 없는 앤은 하루종일 잔 것 같다고 답변했으며, 선물 뽑기에서 소원 하이패스 티켓을 뽑는다.
그럼 마음 착한 앤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기특한 소원을 남겼다. 앤의 마음에 심쿵한 걸까? 루피가 ‘어떻게든 해볼게!’라며 그녀를 스페셜 게스트로 임명,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당연히 앤의 요정 분위기 의상도 그녀의 작품이다.
슈엔의 역린! 네 위로 내 아래로 전부 집합시켜
루피 언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 앤에게 두 가지 문제가 생겼다. 매일 자동 실행하는 기억 소거가 이뤄지지 않는 게 첫 번째, 인간일 적 가족을 추억하는 니케를 본 게 두 번째다. 그 결과 앤은 ‘나도 엄마를 보고 싶다’며 지휘관과 루피에게 부탁한다.
두 사람의 뜻과 별개로 지금 앤은 무척 위태로운 상태다. 하나씩 짚어보자. 원래 앤은 미실리스의 조치로 매일 일정 시간마다 기억을 초기화한다. 지워지지 않는 현 상황은 기억을 담당하는 NIMPH가 오작동 중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니케가 생전 가족을 만나는 건 매우 위험한 행위다. 만나면 생전의 모습과 병기로서의 자신 사이의 이질감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쉬워서다. 그래서 인간을 니케로 만들 때 생전 가족의 기억을 지운다고 한다.

앤의 엄마 찾아 삼만리를 도와주는 인물이 슈엔이다. 평소에는 희대의 빌런이지만, 크리스마스 이벤트 만큼은 유능한 조력자로 활약한다. 막 언급한 앤의 NIMPH 오작동 해결 및 어머니의 정보를 제공한다. 이때 루피의 부탁대로 앤을 챙겨줘 ‘얘 슈엔 아닌 것 같은데?’라고 평가받은 건 덤이다.
앤의 어머니 안젤리나를 만나며 그녀가 왜 니케가 됐는지 밝혀진다. 사실 앤은 기억력이 너무 좋은 병을 앓고 있었다. 작중 묘사를 빌리자면 초고화질 사진을 초당 30회 속도로 찍는 급이다. 당연히 인간의 뇌가 이걸 버틸 리 없다. 그래서 앤을 니케로 만든 것인데, 그러고도 해결되지 않아 주기적인 기억 소거 시술을 한 것이다. 개인 스토리에서 갈등 요소였던 실험은 뭐냐고? 어차피 매일 기억을 소거하니 겸사겸사했던 실험이었다. 잠깐, 이거 괜한 오해로 무고한 사람을 실업자로 만든 것 같은데? 잠시 X를 눌러 조의를 표하도록 하자.
슈엔 덕분에 지휘관과 루피는 안젤리나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앤을 보자마자 도망친다. 어렵게 사정을 들어보니 미실리스 연구원이 ‘앤이 어머니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자해를 하니 만나러 오지 마라’라며 언질했다고 한다. 그리고 위험 요소가 많은 실험이라 치료비가 많이 든다고도 했다.

당연히 지휘관과 루피가 이를 그냥 넘길 리 없다. 그대로 슈엔을 찾아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따진다. 그런데 슈엔의 반응이 이상하다. 사실 연구원이 거짓말을 하고 안젤리나에게 치료비를 갈취한 것이다. 진심으로 화가 난 슈엔이 그들을 모조리 해고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한다. 그럼에도 안젤리나는 선뜻 딸을 만나러 가지 못한다. 사실 그녀는 몰래 앤을 만난 적이 있는데, 매일 자신의 기억을 잃는 모습에 충격 받은 것이다. 그 결과 언제부터인가 조용히 치료비만 보내는 관계가 됐다.
어느덧 크리스마스 마지막 날이 왔다. 앤은 이벤트 기간에 있던 일을 기억하려고 수첩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이에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직감한 루피가 안젤리나를 찾아가 마지막으로 설득해 모녀상봉을 성사시킨다. 이때 묘사가 무척 비극적이다. 앤은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고 사랑한다고 전하지만, 시간이 되자 기억이 소거된다. 이에 오열하는 안젤리나를 보며 앤이 ‘아줌마 왜 울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무척 서글프다.
얼마 후 작은 기적이 일어난다. 눈이 그친 후 앤이 갑자기 쓰러져 사흘 동안 의식 불명에 빠진다. 그런데 눈을 뜬 앤이 크리스마스 동안의 기억을 잊지 않은 것이다. 슈엔이 해설하길 기억을 관장한 NIMPH가 블랙박스와 동화했기 때문이란다. 덕분에 모녀 모두 해피 엔딩을 맞이한다. 이 부분은 유저들이 갈무리한 영상을 직접 감상하길 바란다. 정말 명장면이다.